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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인생무상

默居慧德 2019. 12. 25. 20:06



잠시도 머물지 않고 흘러가는 것이
우리들 중생의 삶이요, 
인생이다.

흐르는 시냇물보다도, 
날아가는 화살보다도
더 빨리 흘러가고 날아가는 것이
우리의 삶이며, 
인생이다.

청운의 푸른 꿈은 
아침 햇살에 걷히는 안개처럼 그렇게 사라지고
산을 허물듯한 청년 시절의 그 기개는
잠깐 사이에 두더지가 파놓은 
뒤뜰의 흙두덩이 조차 옮기기도 힘겨워질때 
우리는 허무와 고독의 수렁에서
인생의 무상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이팔 청춘의 꽃다운 나이에 윤기가 넘치든
검은 머리는 이른 봄날, 
산등성이에 미처 녹다만 잔설 마냥
흰머리가 하나 둘 늘어갈 때
진실로 내 가슴에 몰아치는 이 허무와 고독 …

그러나 어찌하랴.
나 홀로 걸어왔고, 
나 홀로 가야 할 내 인생인 것을...

곧은 허리는 굽어져 수양버들이 되어가고,
갓 핀 깨꽃같이 분홍빛 윤기가 흐르던 고운 피부는
어느새 쓰다버린 
헤어진 수세미처럼 변해 버렸지만 
그것이 내 얼굴이요, 내 인생이 아닌가?

훤한 이마는 빨래판처럼 골만 깊어져 가고,
우렁찼던 목소리는
갈대밭을 스쳐 가는 바람소리모양 쉰 소리를 내고,
총명했던 두 눈은 어물전 망태기 속에 들어있는 
물고기마냥 허멀게지는 것이 
어찌 누구의 탓이겠는가?

쭉 뻗은 건장한 팔다리와 우람했든 이 몸이지만
어느 날인가 
굽은 물푸레나무 지팡이에 의지하지 않으면
걷지도 못하게 될 그것이 내일의 나가 아닌가?

정녕 그렇게 가지 않으면 
안 되는 내 인생의 종착역,
그 종착역을 향해서 달려가는 
이 중생의 시간표를
지금이라도 어떻게 바꿀 수 없을까?

돌아보면 
회한과 허무와 무상의 칼날이 내 목을 조인다.
뒤는 회한과 아쉬움이 늪이요,
앞을 보니 고독과 허무의 수렁뿐이다.
그러나 어찌하랴!
중생으로 태어난 이 몸은
그렇게 살다가 그렇게 가게 되어 있는 것을.

 오음성고(五陰盛苦)라.

 부처가 한 이 말이 
절절이 나의 가슴을 에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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